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애늙은이였던 것 같다. 본인에게던 타인에게던 도덕적 기준이 워낙 높다보니 되려 성당을 다니던게 이런 내 성향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종교에서 구원을 받고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타인을 더 평가하고 믿지 못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신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니까. 


지금은 타인에 대해서 더 관대해졌지만 가끔씩 내 흑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겪게 되면 사람들의 아무리 사소한 죄라도 헤집어 놓는 검사마냥 나대던 나를 사람들이 얼마나 짜증나게 여겼을지 상상이 가서 소름이 돋는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내가 역정을 내니까 반발 심리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접근 방식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도덕성에 대해 일종의 강박 관념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피곤하고 거슬린다. 엄청 뚱뚱한 것과 엄청 마른 것이 둘 다 건강해 안 좋다는건 인정하면서 왜 도덕성에 강박을 가진 것은 문제라고 인식을 안 하는 것일까? 

2017년 5월에 개설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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